재계약 보고서는 무엇을 증명해야 하나

재계약 보고서의 목적은 "지난 1년 무엇을 했는가"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이 대행사와 계속 갈 근거가 있는가"를 증명하는 것입니다. 이 둘은 비슷해 보이지만 구성이 다릅니다. 월별 리포트를 그대로 이어 붙이면 무엇을 했는지는 보이지만, 그 활동이 광고주의 사업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는 읽는 사람이 스스로 계산해야 합니다. 재계약 보고서는 처음부터 "우리가 만든 결과"를 상위 지표로 요약하고, 그 근거로 월별 데이터를 뒤에 붙이는 역순 구성이 유리합니다.

상위 지표(MER)로 먼저 요약해야 하는 이유

총매출을 총 마케팅 지출로 나눈 MER은 특정 캠페인 단위의 ROAS와 달리 채널을 합산한 경영진 수준의 효율 지표입니다. 재계약 논의는 대부분 담당자보다 상위 의사결정자가 참여하므로, 개별 캠페인 ROAS를 나열하기보다 연간 MER 추이 하나로 "전체적으로 효율이 개선됐는가"를 먼저 보여주는 편이 더 빠르게 설득력을 만듭니다. 다만 '좋은' MER 기준값은 업종·마진율에 따라 달라 절대 기준이 없으므로, 반드시 계약 시작 시점의 MER과 비교하는 형태로 제시해야 합니다.

상품별 공헌이익 기여도를 함께 보여줘야 하는 이유

매출 총량만 보여주면 "매출은 늘었지만 실제로 남는 게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답하지 못합니다. 공헌이익률이 높은 상품에는 예산을 공격적으로, 낮은 상품에는 보수적으로 배분하는 방식으로 운영했다면, 그 배분이 실제로 어떤 상품의 수익 기여도를 끌어올렸는지까지 함께 제시해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얼마 벌었다"가 아니라 "어떤 판단으로 얼마를 벌었다"는 근거를 보여주는 것이라, 재계약 협상에서 대행사의 전문성을 입증하는 자료가 됩니다.

매체 간 성과를 합산할 때 반드시 걸러야 할 함정

매체별 기본 전환 기여 기간이 다르기 때문에(네이버 검색광고 15일, GFA 30일, 메타 7일 등) 매체 간 대시보드 ROAS를 단순 비교하거나 합산하면 왜곡이 생깁니다. 게다가 여러 매체 광고와 순차적으로 접촉한 뒤 전환된 고객은 각 매체 대시보드에 중복 1건씩 잡히는 경우가 흔해, 단순 합산은 실제 총매출보다 부풀려진 숫자를 만듭니다. 재계약 보고서에 실린 숫자가 나중에 광고주 자사몰 매출과 맞지 않는다는 게 드러나면, 지난 1년 전체 보고서의 신뢰도가 함께 흔들립니다. 라스트 터치 모델은 전환 직전 마지막 접점에만 성과를 100% 귀속시켜 이전 단계 터치포인트의 기여를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함께 설명해야, 특정 매체의 기여가 과소평가됐다는 오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업계 벤치마크를 인용할 때 지켜야 할 표기 원칙

"업계 평균과 비교했을 때 우리 성과가 어땠는가"를 보여주고 싶을 때는 반드시 그 벤치마크의 조사 시점과 표본 설계를 함께 표기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숏폼 시청률을 인용할 때 나스미디어 2026년 조사와 오픈서베이 2025년 조사는 조사 시점과 패널 모집 방식이 달라 같은 시점 비교치로 그대로 병기하면 안 됩니다. 재계약 보고서에 출처 표기 없이 인용된 숫자 하나가 나중에 "그 수치는 어디서 나온 겁니까"라는 질문을 받으면, 보고서 전체의 신뢰가 그 질문 하나로 흔들릴 수 있습니다.

다음 계약 조건 협상까지 이어지는 자료로 만들려면

재계약 보고서는 성과 정리로 끝나지 않고, 다음 계약 기간의 조건을 협상하는 자료로도 쓰입니다. 정산 조항 설계의 핵심인 정산 주기·기준·근거자료가 지난 계약에서 실제로 어떻게 적용됐는지 짚어보고, 애매했던 부분이 있었다면 이번 보고서에서 개선안을 함께 제시하면 재계약 협상이 성과 재확인에서 조건 개선 논의로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보고서를 보내기 전 마지막으로 점검할 것

숫자를 다 채운 뒤에도, 각 수치 옆에 그 수치가 실측인지 추정인지 표기돼 있는지, 인용한 벤치마크에 출처와 조사 시점이 함께 달려 있는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확인해야 합니다. 재계약 보고서는 한 번 잘못된 숫자가 발견되면 나머지 숫자까지 의심받는 자료이기 때문에, 발송 전 점검 단계를 건너뛰면 안 됩니다.

재계약 보고서와 정기 리포트를 혼동하면 안 된다

정기 리포트는 지난 기간의 활동을 빠짐없이 기록하는 문서지만, 재계약 보고서는 그중에서 재계약 판단에 필요한 것만 골라 재구성하는 문서입니다. 정기 리포트를 그대로 복사해 분량만 늘리면 오히려 핵심 근거가 세부 데이터에 묻혀 버립니다. 재계약 보고서를 만들 때는 정기 리포트에서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뺄지 먼저 정하는 편집 작업부터 시작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