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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한다'는 압박에 대응하는 의사결정 질문
"경쟁사도 다 하는 방식입니다"라는 말은 그 방식이 안전하다는 증거가 아니라, 판단을 흐리게 만드는 압박일 수 있습니다.
핵심요약
- "업계에서 다 한다"는 주장은 그 관행의 위험성을 낮추는 근거가 아니라 동조 압박일 뿐이다
- 이 압박에 대응하려면 "정말 다 하는지", "우리가 안 하면 정말 뒤처지는지"를 구체적으로 되물어야 한다
- 실제로 널리 쓰이는 관행이라도, 그것이 적발되지 않았을 뿐 위험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 경쟁사가 이미 제재를 받은 사례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압박을 검증하는 실질적 방법이다
- 이 질문들을 거친 뒤에도 진행을 결정한다면, 그 결정과 근거를 기록해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
"다 한다"는 주장을 검증하는 첫 질문
"업계에서 다 합니다"라는 말을 들으면, "구체적으로 어느 회사들이, 어떤 방식으로 하고 있나요"라고 되물어야 합니다. 이 질문에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그 주장은 검증되지 않은 영업 화법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 질문에 구체적인 회사명이 나왔다고 해도 거기서 끝나면 안 됩니다. "그 회사가 그 방식을 쓰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아셨나요"까지 한 번 더 물어보면, 이 주장이 실제로 확인된 정보인지, 아니면 업계에 막연히 떠도는 소문을 근거 삼은 것인지 한 단계 더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안 하면 뒤처진다"는 주장을 검증하는 질문
이 압박은 "다른 대안은 없는가", "이 방식 없이 달성한 경쟁사는 없는가"를 물어보면 상당 부분 해소됩니다. 실제로 검증 가능한 대안(G33의 마지막 편에서 다룬 투명한 매체 조합 전환)으로 비슷한 성과를 낸 사례가 있다면, "안 하면 뒤처진다"는 주장의 설득력은 크게 줄어듭니다.
"뒤처진다"는 표현 자체도 구체적으로 되물어볼 가치가 있습니다. 무엇을 기준으로 뒤처진다는 것인지, 그 기준이 실제로 우리 조직의 목표와 일치하는지 확인하다 보면, 애초에 "뒤처진다"는 표현이 막연한 두려움을 자극하기 위한 수사적 표현에 불과했다는 것이 뒤늦게 드러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적발되지 않은 것과 안전한 것은 다르다는 원칙
많은 회사가 특정 관행을 쓰고 있다는 사실이, 그 관행이 위험하지 않다는 증거는 아닙니다. G32에서 다룬 리베이트 형사 판례처럼, 오랫동안 쓰이던 관행도 한 번 문제가 되면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다들 한다"는 것은 위험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아직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라는 뜻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가 2013년 광고업종에서 처음 실시한 직권조사에서는, 매출액 1,000억 원 이상 대기업계열 광고대행사 7개사 중 다수에서 하도급 대금 지연 지급, 지연이자 미지급 같은 문제가 광범위하게 적발된 바 있습니다. 이는 "업계에서 다들 그렇게 한다"는 관행이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겨지다가, 조사가 시작되자 한꺼번에 문제로 드러난 사례입니다. 오히려 널리 퍼진 관행일수록 아직 본격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을 뿐일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판단해야 합니다.
경쟁사 제재 사례를 확인하는 법
같은 업계에서 유사한 관행으로 제재를 받은 사례(공정위 시정명령, 플랫폼 계정 정지 뉴스 등)가 있는지 검색해보는 것이 이 압박을 검증하는 실질적인 방법입니다. 이런 사례가 있다면, "다 한다"는 주장은 오히려 위험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됩니다.
검색 결과 아무 사례도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완전히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제재 사례가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거나, 아직 조사 대상이 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검색은 위험을 확인하는 여러 방법 중 하나일 뿐, 검색 결과가 없다는 것 자체가 안전을 보장하는 확실한 증거는 결코 아니라는 점을 늘 기억해야 합니다.
결정과 근거를 기록해야 하는 이유
이 질문들을 다 거친 뒤에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면, 그 결정이 어떤 근거로 내려졌는지 기록해둬야 합니다. G32에서 다룬 이해상충 공개·결정 기록 문화가 여기서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이 기록은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그때 왜 그런 판단을 내렸는지"를 설명하는 근거가 됩니다. 기록이 남아 있지 않으면, 사후에는 그 결정이 충분한 검토 없이 즉흥적으로 내려진 것처럼 비칠 위험이 있습니다. 반대로 이 편에서 다룬 질문들을 던졌고, 그 답변을 근거로 진행을 결정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면, 그 결정이 합리적인 절차를 거쳐 내려졌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이 질문들을 팀 전체가 공유하는 법
이 다섯 가지 검증 질문을 개인이 마음속으로만 던지고 끝내면, 다음에 비슷한 압박을 받았을 때 또다시 처음부터 고민해야 합니다. 팀 회의나 온보딩 자료에 이 질문들을 명시적으로 포함시켜두면, "업계에서 다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팀원 누구나 반사적으로 이 질문들을 떠올릴 수 있게 됩니다. 이런 공유된 반사 신경이야말로 동조 압박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건강한 조직 문화의 실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정 담당자 한 명만 이 질문들을 알고 있는 조직과, 팀 전체가 습관처럼 던지는 조직은 같은 압박을 받아도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집니다.
압박을 건 쪽의 반응도 판단 자료가 된다
이 질문들을 던졌을 때 제안자 쪽이 보이는 반응 자체도 중요한 판단 자료입니다. 근거 있는 제안이라면 이런 질문에 침착하게 구체적인 사례나 자료로 답하지만, 압박에만 의존한 제안이라면 질문 자체를 불쾌하게 받아들이거나 대답을 얼버무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질문에 대한 반응의 질이 곧 제안 자체의 신뢰도를 가늠하는 또 하나의 척도가 됩니다.